오늘 페이스북에 클라이밍 훈령 동영상이 올라왔길래 아무 생각 없이 봤습니다. 클라이밍 훈련 동영상을 보고 있으니 군대에서 얼차려 받을 때 생각이 나더군요. 자대 배치를 받을 때 운 좋게 훈련소 동기 한 명과 같은 소대에 배치를 받았는데… 처음에는 몰랐는데 고참에게 얼차려를 받다 동기 녀석이 클라이밍 선수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클라이밍 선수 출신의 군대 동기와 같은 소대에서 생활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훈련이나 기타 여러 힘든 상황에서 클라이밍 선수 출신의 동기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을 거라 생각하신다면 큰 오산입니다. 클라이밍 선수에는 한참 못 미치겠지만 그에 못지 않은 체력과 근력을 갖게 됩니다.
목차
군대 전우
요즘은 군대 전우들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는 지 모르겠지만, 90년대에는 밀어주는 것은 자신의 왼발이요 끌어주는 것은 자신의 오른발이었습니다. 군대에서 이런 아름다운 모습은 없습니다. 적어도 제가 군 생활을 하던 때에는 이런 일이 없었습니다.
짠밥이 안되는 이등병이나 일병은 훈련이나 행군을 하다 발바닥 외에 신체 부위를 지상의 바닥 외에 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훼바나 내무반 내에서도 발바닥 외에 신체 부위를 바닥에 대는 것도, 담배를 피우는 것도, 밥이나 간식을 먹는 것도 이등병이나 일병에게는 어떠한 선택권도 없었습니다. 그저 숨만 자유롭게 쉴 수 있었습니다. 숨도 조용하게 쉴 경우에만 자유라고 해야겠군요. 코 고는 것은 이등병이나 일병은 개머리판으로 찍히는… 만약 훈련이나 행군을 하다 무릎이나 엉덩이가 땅에 닿으면 개머리판은 기본이고 야삽까지 날아 들어왔습니다.
체력 단력과 얼차려
이등병에게 이런 팔굽혀펴기 얼차려는 매일 해야 하는 그냥 아주 쉬운 체력 단련이었습니다. 푸시업이 없는 날에는 등에 식은땀을 흘리며 긴장을 해야 하는 살벌한 날이죠. 이등병은 취침 전에는 개인화기를 어깨나 머리 위에 들고 앉았다 일어나기를 꼭 해야 했고 날이 지날 수록 그 횟수도 점차 늘어 났었지요.
푸시업 얼차려가 없는 날은 이런 원산 폭격이나 어두운 창고나 보일러실에서 먼지 좀 털어줘야 했었고요.
군대에서 고참들이 이등병과 일병에게 얼차려를 시키는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에서 최대한 비슷한 사진을 찾으려 했으나 없어서 저런 사진을 가져왔는데 딱 저런 이유입니다. 얼차려를 당할 때는 그 이유를 몰랐지만 짠밥이 좀 되니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되었네요.
이등병에게 푸시업 등의 얼차려를 시키는 이유는 체력 단련 때문입니다. 이등병 때 취침 전에는 개인화기를 들고 앉았다 일어나기를 꼭 해야 했었습니다. 저는 키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M60 자동화기 분대에 배치되어 M60을 어깨에 메고 앉았다 일어나기를 수 십에서 수 백 번까지 했었습니다. 물건이야 필요 없으면 버려 버리면 그만 이지만 사람은 버려 버릴 수는 없지요. 한 번에 적군을 죽일 수 있는 지뢰도 많은데 발목 지뢰를 깔아 놓는 이유도 부상병을 만들어 병력의 손실과 기동 저하를 시키는 두 가지 효과를 보기 위함입니다. 이등병에게 푸시업이나 앉았다 일어나기 등의 얼차려를 시키는 이유는 개인화기 무게는 들고 뛰어 다닐 정도로 체력을 키우기 위함입니다. 군인이 총을 들고 뛰지 못하면, 군장을 메고 걷지 못한다면 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불필요한 존재가 됩니다. 보병이 자신의 힘으로 걷지 못하면 더욱 임무 수행 중에 낙오란 기동력 저하와 병력 손실을 의미하는 치명적 손실입니다.
동기 덕분에 생긴 악다구
얘기가 다른 곳으로 흘러가고 있었는데 클라이밍 훈련 동영상을 보니 군대에서 이등병 시절 얼차려 받을 때 클라이밍 선수 출신 동기 생각에 눈물이 막 앞을 가리네요. 저는 키가 좀 크고 동기 녀석은 키가 160cm 정도의 작은 키였는데… 위 클라이밍 훈련 동영상을 보시면 손가락 하나로 턱걸이를 하고 심지어 점프?까지 합니다. 크라이밍 선수는 인간이 아닙니다. 군대 동기 녀석과 동일한 횟수의 얼차려를 받으면 저는 온 몸의 근육이 떨려 오며 비몽사몽이 되어 가는데 이 녀석은 고참들이 시키는 얼차려는 그냥 몸 풀기 정도로 끝내 버리더군요.
푸시업이고 앉았다 일어나기고 오리 걸음이고 몸으로 하는 것은 그냥 밥 먹듯 너무나 쉽게 하니 고참이 “넌 대체 사회에서 뭐 하다 온 놈이냐?”고 묻자 클라이밍을 하다 왔다고 하더군요. 클라이밍이 뭔지 아무도 몰라 그게 뭐냐고 묻자 “맨 몸으로 절벽이나 바위산에 올라가는 스포츠”라고 설명하니 다들 멍 때려주고 그 이후로는 얼차려의 강도와 횟수를 인간 수준 이상으로 올려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동기라는 이유만으로 강도는 달랐지만 동일한 횟수의 얼차려가 제게도 주어지더군요. 클라이밍 선수 출신의 동기와 얼차려를 받게 되니 이건 내 근육인지 남의 근육인지 여기가 도대체 어디인지 정신줄을 놓을 수 밖에 없게 되더군요. 12사 산악 보병이 엉덩이를 땅에 붙일 시간이 있냐고 덩치도 더 큰 놈이 땅콩만 한 놈 보다 못하냐고 고참들에게 온갖 욕설과 갈굼을 당했습니다. 경쟁심을 유발하기 위한 자극이었겠지만 옆에 있는 동기가 괴물인데 인간이 어찌 괴물과 같을 수 있겠습니까. 솔직히 욕하는 것은 뭐 잘 들리지도 않았는데 쥐방울 만한 것들이 손과 발을 놀리는데 어후…
그렇게 클라이밍 출신의 괴물과 같은 군대 동기 덕분에 시간이 지나니 클라이밍 선수에는 한참 못 미치겠지만 그에 못지 않은 체력과 근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체력과 근력이라기 보다는 악이 생겨 버린거죠 악다구!! 일병을 막 달자마자 예비 총렬을 목에 걸고 사수의 M60까지 군장에 얹고 다녔고… 심지어 낙오하기 일보 직전인 이등병 나부랭이의 군장을 내 군장 위에 얹고 부대까지 행군을 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일도… 클라이밍 출신의 괴물과 같은 군대 동기 덕분에 꺽인 상병이 될 때 까지는 욕설과 갈굼을 당하기 싫어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몸을 혹사 시켰었네요. 오늘 클라이밍 훈련 동영상을 보니 군대에서 얼차려 받을 때 클라이밍 선수 출신 동기 덕분에 생긴 악다구 생각이 나서 막 눙물이…